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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former 특허, 구글의 소송보다 무서운 것 : AI 스타트업이 모르는 IP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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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업스테이지 Solar-OPEN-100B 논쟁과정에서 알려진 구글의 Transformer 특허 등록. 구글은 왜 Transformer 특허를 확보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을까? 8년 전 Batch Normalization 사례와 비교해보는 구글의 AI 특허 전략과, 스타트업이 대비해야 할 현실적인 리스크를 파이특허가 알려드립니다.

2025년을 마무리하던 시점에 제기된 Upstage Solar-OPEN-100B 모델에 대한 의혹은, Upstage 측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한국 AI 업계 내부의 치열한 검증, 그리고 건전한 반론을 통해 성공적으로 해소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국내 AI 생태계 내에서 엔지니어와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활발히 소통하는 장이 열린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저는 Upstage의 라이브 해명 방송에서 언급된 "Transformer 관련해서는 특허를 내지 않았다"는 발언에 대해 작은 팩트 체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구글이 보유한 US10/452,978 (ATTENTION-BASED SEQUENCE TRANSDUCTION NEURAL NETWORKS, Shazeer et al.) 특허의 존재였습니다. 해당 내용을 담은 제 링크드인 게시물에 많은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을보며, 이번 이슈에 쏠린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공공재'라고 생각했던 핵심 기술에 사실은 주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놀라워하는 이 현상, 저에게는 꽤나 익숙한 기시감을 줍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딥러닝 모델 학습의 필수 요소인 Batch Normalization Layer에 대한 구글의 인공지능 특허(US10/417,562, Ioffe et al.)를 제가 처음 공개했을 때도, 업계의 반응은 지금과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관련 지난 칼럼: 구글의 AI 특허와 오픈소스 전략 심층 분석)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죠. 구글이 현재 AI의 심장인 Transformer 기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는 방식은 8년 전 Batch Normalization 때와 동일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구글의 특허 전략과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효력, 그리고 우리가 대비해야 할 현실적인 AI 특허 분쟁 시나리오를 정리해 드립니다.

 


특허 유무: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술은 공공재가 아닙니다. 구글은 핵심 특허(US10/452,978)를 보유하고 있으며, 계속출원을 통해 권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한계: Apache 2.0 라이선스는 구글의 코드를 직접 사용할 때만 유효합니다. 모든 사람에 대해 조건없는 사용허락을 한 것이 아닙니다.

 

AI 특허의 소송 가능성: 구글이 당장 특허 소송을 진행할 확률은 낮지만, AI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버티컬 AI 기업 간의 특허 분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1. 구글 Transformer 특허는 오픈 소스 라이선스 (Apache 2.0)에 의해 누구나 사용 가능한가?

 

Upstage 김성훈 대표님께서도 제 게시물 댓글을 통해 "확인해 보니 특허는 있지만 Apache 2.0 라이선스로 사용 허락이 되어 있다고 한다"고 언급해 주셨습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Apache 2.0 License는 기본적으로 '계약서'입니다. 법적으로 계약의 효력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발생합니다. 즉, 구글이 배포한 소스코드(TensorFlow, JAX 등)를 다운로드받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해당 코드에 포함된 특허를 사용할 권리가 부여됩니다.

 

하지만, 구글의 코드를 사용하지 않고 논문(Attention Is All You Need)만 보고 독자적으로 Transformer를 구현한 제3자 또는 구글이 관여하지 않은 오픈소스 모델에 기반해 LLM을 개발한 제3자에게는 이 라이선스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구글은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이들에게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구글은 Open Source Non-Assertion Pledge(OPN)를 통해 특정 오픈소스 기술에 대해 특허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8년 전 분석했던 Batch Normalization 특허가 이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었듯, Transformer 특허 역시 이 면책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구글은 해당 특허에 대한 권리를 '누구나'에게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내 코드를 쓰는 사람에게는 봐주겠다(하지만 내 생태계 안으로 들어와라)"는 조건부 면책에 가깝습니다.

 

2. 그렇다면 구글은 왜 권리 행사를 하지 않고 있을까?

 

명확한 특허권이 있음에도 구글이 당장 특허권을 행사해서 소송을 개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착해서'가 아니라 '실익'의 문제입니다. 구글이 상대하는 대상의 '체급'에 따라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오픈소스 커뮤니티나 스타트업에 대한 행사: "아직은 파이를 키울 때" 기술 도입 초기 단계인 지금, 스타트업이나 개발자들에게 특허권을 공격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구글 자신에게도 손해입니다.

 

초기 생태계에서 자신들의 기술(Transformer)이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쓰게 만들어야 합니다. 섣불리 소송을 제기하여 생태계를 위축시키기보다, 시장을 성숙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허 소송은 시장이 충분히 무르익어 배상금 규모가 수천억 원 단위가 되고, 독점의

이익이 로열티 포기 비용을 넘어설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현재 단계에서, 구글과 직접적인 경쟁 대상이 아닌 상대방에게 특허 소송을 할 실익이 전혀 없습니다.

 

즉, 구글 입장에서 체급이 다른 상대를 조기에 공격하는 것은, 생태계를 확산시켜 시장을 장악해야 하는 대전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 OpenAI, Anthropic 및 빅테크 경쟁사에 대한 행사: "전략적 인내와 상호확증파괴" 그렇다면 직접적인 경쟁 관계인 기업들은 어떨까요?

 

먼저 OpenAI나 Anthropic 같은 신흥 경쟁자들입니다. 이들은 혁신적인 기업이지만, 설립 역사가 짧아 구글에 대항할 만한 특허 포트폴리오가 부족합니다. 언뜻 보면 구글의 좋은 먹잇감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아직 시장이 소송을 통해 얻을 이익만큼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일종의 '전략적 인내'를 하며 특허권 행사를 보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MS나 Amazon 같이 구글과 동등한 체급을 가진 기업들은 어떨까요? 이들과는 실질적으로 서로가 상대방의 광범위한 기술 특허를 침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구글이 공격하면 즉각적인 대규모 역공이 예상됩니다.

 

이는 전형적인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 시나리오입니다. "네가 쏘면 나도 쏜다"는 공포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기에, 거대 기업 간의 전면전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애플과 삼성의 세기적 특허 소송도 스마트폰 시장이 완전히 성숙하고, 서로의 이익 침해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을 때야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사용하지도 않을 특허를 구글은 왜 집요하게 확보하려고 하는가?

 

구글은 현재 확인된 것만 7건 이상의 계속출원(Continuation Application)을 통해 Transformer 특허의 권리 범위를 촘촘하게 다듬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진영에겐 너그럽고, 경쟁사에겐 쓰기도 애매한 이 특허를 왜 이렇게 관리할까요?

 

"내가 확보하지 않으면, 내가 먹잇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허 포트폴리오는 냉전 시대의 핵무기와 같습니다. 실제로 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건드리면 너도 죽어"라는 억지력(Deterrence)을 갖기 위해 존재합니다. 대기업 간의 평화는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유지됩니다.

 

4.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업은 특허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까?: 현실화된 버티컬(Vertical) AI 기업간의 특허 분쟁

 

8년 전 제가 Batch Normalization Layers 등록 특허의 존재를 공개했을 때, 많은 창업자분들이 "구글이 우리를 고소할까요?"라며 걱정하셨습니다. 당시 제 대답은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유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Transformer 특허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구글발(發) 소송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스타트업들이 특허 분쟁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짜 위협은 구글이 아니라, 여러분의 옆에 있는 경쟁사입니다. 성숙한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버티컬(Vertical) AI 기업들 간의 특허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의료, 금융, 법률과 같은 특정 산업 분야는 범용 AI 시장보다 훨씬 빠르게 성숙기에 접어듭니다. 기술이 평준화되고, 경쟁자를 밀어내야만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 특허는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무기가 됩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 메디컬 AI 분야에서 큰 화제가 된 특허 분쟁이 그 증거입니다. 8년 전에는 '이론상의 시나리오'에 불과했던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고, 저희 파이특허 역시 현재 그 치열한 분쟁의 현장 한가운데서 기업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버티컬 AI 기업들에게 거대 빅테크와의 싸움은 먼 훗날의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격화될수록, 비슷한 체급의 경쟁사가 날리는 소송장은 당장 내일 아침의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Upstage 사태로 촉발된 이번 논의가, 우리 AI 기업들이 기술의 '성능(Performance)'을 넘어 그 기술을 지키고 휘두를 수 있는 '권리(Right)'의 무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특허구글(Google)인공지능 & 로보틱스

저자 및 공동저자

"질문이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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