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 소프트웨어

특허의 성립성: Batch Normalization 특허 관련 진행 상황 [2]

what would google do.jpg

Summary

Batch Normalization Layers 특허 관련 진행상황. 구글의 역습, 심사관 면담 리포트 [Part 2]

사실 인터뷰 서머리에 가장 먼저 언급된 내용이 발명의 성립성 위반 관련 이슈입니다. 해당 내용은 미국 대법원 판례와 미국 특허청의 심사경향 변화에 대한 설명을 드려야 합니다. 칼럼의 일 부분으로 설명드리기에는 다소 길어질 수 있어 설명을 계속 미뤄왔습니다만, 이번 기회를 들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1. 발명의 성립성 관련 문제 - 특허의 보호대상은 무엇인가?

 

특허란 무엇일까요? 발명에 대해서 일정기간 발명자에게 독점권을 주는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발명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기본적으로 특허제도는 무형의 발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도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물건에 결부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소프트웨어는 특허제도의 보호범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포섭된 대상에 가깝습니다. 특허법에서 인정하는 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물건이거나 방법의 형태를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소프트웨어가 실행되는 컴퓨터(혹은 프로세서)의 형태, 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의해 실행되는 일련의 방법의 형태를 취하게 됩니다.


비즈니스 모델 관련 특허는 어떤가요? 비즈니스 모델은 원칙적으로 특허로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보험업, 음식배달업, 변리사업 자체를 특허로서 보호받을 수가 있을까요?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자유경쟁의 토대가 되는 무대입니다. 무대 자체를 누군가에게 독점권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들이 컴퓨터에 의해 특정한 절차에 따라 수행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소프트웨어 특허와의 경계가 애매모호해 집니다. 전화 주문을 받아서 주소를 확인한 후 음식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음식 배달업 자체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특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로 음식 주문을 받고 이를 통해 음식점에 주문을 전달하는 경우는 어떤가요?


순수한 비즈니스 모델로 보아 특허를 받을 수 없을까요, 소프트웨어 특허로 보아 특허로 보호해야 할까요?


미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첨예한 대립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8년에 연방순회법원 판례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 특허들의 경우에도 유용하고, 확정적이고, 유형의 결과를 생산(produce a useful, concrete and tangible result)한다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해당 사건의 경우는, 미국의 세법상 회계 규정을 거의 그대로 특허 청구항에 옮겨 놓고, 해당 회계 처리를 위해 컴퓨터가 계산을 수행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해당 특허는 컴퓨터를 이용해 세법 규정에 맞게 회계처리를 하는 회사들 모두를 공격할 수도 있는 특허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해당 특허가 적법한 특허로 인정되자, 미국 특허청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됩니다. 바로 무분별한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범람입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비즈니스 모델들을 단순히 컴퓨터에 의해 수행되는 것으로 묘사한 특허들이 마구 출원되었습니다. 이러한 특허들은 등록만 되게 되면 특허 괴물(Patent Troll)들이 마구 매입해 갔습니다. 미국 특허청 심사관들도, 이런 특허들을 거절하자니, 이와 유사한 기존 특허들을 찾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특허를 주게 되었습니다. 뻔히 알려진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지라도, 컴퓨터에 의해 수행되는 것으로 명시적으로 기재한 특허들을 제시할 수 없어, 무기력하게 특허를 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돈만 되면 특허로 뭐든지 하는 특허 괴물(Patent Troll)들이 이러한 사업 기회를 놓칠 리가 없습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특허제도는 특허괴물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들을, 컴퓨터에 의해 수행되는 것으로 살짝 바꾸어 놓고 등록된 특허들을 가지고, 기업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은 소송비용을 지불하느니 적당한 합의금을 주는 식으로 대응했고, 이러한 대응은 특허 괴물들이 더욱 창궐하게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기업들은 기업들 대로,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특허제도가, 특허 괴물들의 놀이터가 되는 현실에 불만을 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이 특허제도가 "불확실성과 불필요한 소송으로 인해 혁신을 심각하게 지연시키고 있다( the uncertainty and wasteful litigation that is currently a significant drag on innovation)"고 언급하기에 이릅니다.


2. 더 이상의 특허괴물은 그만 - Alice Corp. v. CLS Bank 판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침내, 2014년에 미국 대법원에서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히 범용 컴퓨터에 의해 수행되는 것으로 묘사한 발명들은 특허의 대상이 되는 발명으로 보기 어려우며, 단지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판례가 나오게 됩니다.


해당 사건의 특허는 양 당사자 간의 거래가 성립했을 때, 상호 거래가 성사 될 때까지 대금을 제3자에게 위탁하는 애스크로 서비스를 컴퓨터에서 수행되는 것으로 하여 특허를 등록한 케이스입니다.


해당 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통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히 범용 컴퓨터로 수행”하는 특허들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판결 같지만, 이 판결이 예상치 않은 부작용을 몰고 오게 됩니다.


무분별한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제한하기 위한 판례가, 소프트웨어 특허의 등록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판례에서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범용 컴퓨터로 실행하는 것을 특허로 청구하는 것과, 범용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들을 구분하기 위한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것입니다. 미국 특허청은 대법원의 판례를 반영하여야 하기에, 2014년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후, 비즈니스 모델 특허와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들을 모두 묶어서 무조건 등록을 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기술과 유사성이 있어서가 아닌, 애초에 특허를 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특허 적격성)라는 이유로 말입니다.


한동안 해당 판례로 인해서, 소프트웨어 특허를 다루는 지적재산권 로펌들의 최대 이슈는 어떻게 하면 고객의 특허가 “추상적 아이디어”로 판단되지 않도록 할지에 관한 것 이었습니다. 한동안 미국 특허청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에 대해서 특허 적격성 관련 거절이유가 나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확률이 통계적으로 10% 미만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곤 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반발과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 자체의 보호 무력화를 막기 위한 정책적인 필요에 의해서, 비즈니스 모델 특허들과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들의 특허성은 인정하는 하급심 판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특허청에서는 이러한 판례들이 나올때마다 심사 가이드라인들을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체로 범용 컴퓨터에 의해 수행되더라도, 컴퓨터의 성능 향상등을 일으키는 등의 특징이 있으면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것으로 보는 추세입니다.


3. BN Layers 관련 발명 성립성 이슈

 

이번 Batch Normalization 특허의 경우에는 발명의 성립성 위반이 제기된 사안이었습니다. 특히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근거가 조금 특이했습니다. 자칫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에 적용될 수 있는 지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분산 컴퓨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의 청구항 형식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특허는 소프트웨어를 수행하는 컴퓨터의 형태로 보호를 받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경우에, 전체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컴퓨터나 하나의 프로세서가 모두 수행하는 것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문제가 됩니다. 분산 컴퓨팅이나 멀티코어 프로세싱과 같은 기술에 맞지 않는 서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 청구항에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이 “하나 이상의 프로세서(컴퓨터, 컴퓨팅 장치 등)”에 의해 수행된다고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번 BN 특허의 청구항도 마찬가지입니다.

 

1. A neural network system implemented by one or more computers, the neural network system comprising:
 a batch normalization layer between a first neural network layer and a second neural network layer, wherein the first neural network layer generates first layer outputs having a plurality of components, and wherein the batch normalization layer is configured to, during training of the neural network system on a batch of training examples:
 receive a respective first layer output for each training example in the batch;
 compute a plurality of normalization statistics for the batch from the first layer outputs;
 normalize each component of each first layer output using the normalization statistics to generate a respective normalized layer output for each training example in the batch;
 generate a respective batch normalization layer output for each of the training examples from the normalized layer outputs; and
 provide the batch normalization layer output as an input to the second neural network layer.

 

그런데 심사관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아까 Alice 판례의 주요 내용이, “범용 컴퓨터”에 의해 수행되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방법은 특허성이 없다라는 내용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심사관은, 해당 청구항에 기재된 one or more processor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해당 발명의 소프트웨어 명령들이 여러 프로세서들에 의해 수행될 수 있다면, 이는 범용 컴퓨터에 의해 수행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범용 컴퓨터에 의해 수행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서, 발명의 성립성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지적했습니다.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발명의 성립성 위반 거절이슈는 한번 제기되면 극복하기 까다로운 거절이유고, 특허 청구항의 수정과정에서 많은 양보를 해야 합니다.


구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죠.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보면, 적어도 구글은 인터뷰를 통해 약간의 수정을 통해서 특허 청구항1항에 제기된 발명의 성립성 위반 이슈를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심사관과 합의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번 인터뷰에서 구글이 얻어낸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발명의 성립성 위반에 의한 거절이유 극복을 위해서는, 특허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에 하드웨어 적인 구성요소를 집어넣거나, 발명의 작동 방식에 대해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발명 범위를 제한해 버릴 수 있는 기록을 남길 여지가 큽니다.


특히 심사관이 지적한 바와 같이 “하나 이상의 프로세서”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다면, 이를 수정하기 위해 구글이 분산 컴퓨팅이나 멀티코어 프로세싱 관련 권리범위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심사관과 구글측은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청구항1항은 2019년초에 새로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발명의 성립성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의견서 제출없이 여기까지 얻어낸 것은 구글의 분명한 승리로 보입니다.


구글로서는 큰 짐을 덜어낸 셈이네요.

인공지능 & 로보틱스시리즈분석케이스 스터디구글(Google)소프트웨어

저자 및 공동저자

"질문이 있으세요?"

"질문이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