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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항에 글자가 몇 개고? - 특허 등록만 하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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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특허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에 독점권을 설정하는 권리입니다. 땅이라면 다른 사람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울타리를 치면 될 텐데, 눈으로 보이지 않는 기술에 경계선을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특허권의 경우, 특허 청구항이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기술에 명확하게 경계선을 긋기 위해서는 특허 청구항 자체가 이해하기 쉽고, 해석이 명확해야 합니다.

얼마전 끝난 드라마에서 주된 캐릭터가 초밥의 밥알 개수를 묻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개수를 지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다다익선, 많을 수록 무조건 좋은 상황과,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지식재산권의 경우도 지나침이 모자람만 못한 상황이 있을까요?

 

특허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에 독점권을 설정하는 권리입니다. 땅이라면 다른 사람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울타리를 치면 될 텐데, 눈으로 보이지 않는 기술에 경계선을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특허권의 경우, 특허 청구항이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허권을 신청하기 위해 작성된 특허 명세서를 살펴보면, 내 기술을 설명하기 위한 설명과, 참고 도면들 외에, “청구의 범위”라고 기재된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특허 청구항이라고 부릅니다. 

 

보이지 않는 기술에 명확하게 경계선을 긋기 위해서는 특허 청구항 자체가 이해하기 쉽고, 해석이 명확해야 합니다. 그래서 특허청구항을 해석하는 기준은 매우 단순합니다.

 

“청구항에 포함된 모든 기술요소들을 다 사용하는 기술은 그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 청구항에 적혀 있는 기술요소들 중에 하나라도 내가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 있다면, 해당 특허권의 침해주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청구항에 기술요소들이 이것저것 많이 적혀 있을 수록, 권리범위가 좁아진다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나(특허권자)는 상대방이 내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내 청구항에 적혀 있는 모든 기술요소들이 상대방의 기술에 포함되어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은 기재된 기술 요소들 중에서 하나만 사용하지 않는 다는 점을 입증해도 특허 침해 주장을 피할 수 있습니다.

 

특허 등록률 99% - 과연 바람직할까

 

특허권의 권리범위가 작으면 작을 수록, 특허청의 입장에서는 특허 등록 결정을 내리는데 부담이 적어집니다. 

 

특허청은 특허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특허를 거절하기 위해서는 특허청구항에 포함된 모든 기술 요소에 대해서, 이전에 존재한 대응하는 기술요소를 제시하거나, 일반적인 기술수준에 해당함을 입증해야 합니다. 

 

특허 청구범위에 기술요소가 많이 쓰여질 수록, 특허권의 크기는 작아지고, 특허청이 특허를 거절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작아집니다. 

 

이러다 보니, 특허청의 입장에서도, 특허청구항의 길이가 무한정 길어지고, 이런 저런 기술요소들이 다 언급되어 있는 특허청구항은 그냥 등록을 시켜주는 것이 편합니다. 특허 거절을 위해 쓰이는 에너지에 비해서, 등록시켜줘 봤자 특허권자가 의미 없는 권리범위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특허청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허청 입장에서 특허 등록을 해주는 일은, 지식의 나라에서 특정한 땅을 개인에게 일정기간 동안 독점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명동 한복판을 누군가에게 분양한다고 하면, 엄밀한 심사와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산속 깊은 오지의, 그것도 손바닥 정도 되는 땅에 대한 독점권을 주는 건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 일입니다. 더더군다나 해당 신청을 거절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면, 그냥 의미 없는 땅을 가지라고 처리해버리는 것이 훨씬 편하겠죠.

 

다만 특허권자의 입장에서, 특허 등록이 났다고 해서, 산속 오지의 손바닥 만한 땅을 가지기만 하면 무조건 좋은 걸까요? 더구나 내 기술은 충분히 의미 있는 땅을 배정받을 수 있었음에도, 특허 등록이라는 결과 하나만을 위해 오지의 의미 없는 땅을 배정받는다면, 과연 그래도 특허가 있으니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특허를 등록하는데 있어서, 발명이 가진 잠재력 내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변리사가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허청구항을 세심하고 주의깊게 다듬고, 때로는 특허청에게 과감한 요구를 하면서 발명자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스테이크를 굽는데, 강한 화력으로 웰던이 될 때까지 굽는다면, “고기를 굽는다”라는 목적은 무조건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해서 완성된 스테이크가 먹을 만한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겠죠.

 

 

고객이 업무의 최종 결과를 특허의 등록여부로 평가하거나, 특허사무소가 본인들이 처리한 사건의 등록률이 95% 이상이라는 식으로 홍보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무엇이 발명자에게 최선인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변리사가 특허를 등록시키는 것은 매우 쉬운 일 입니다. 스테이크가 육즙이 빠져나간 굳은 단백질 덩어리가 될 때까지, 혹은 새까맣게 타버린 숯덩이가 될 때까지, 하염없이 불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죠. 

 

특허 청구범위와 특허권의 상관관계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 드려 보았습니다. 특허 서비스의 수요자인 발명자들이, 자신에게 최선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특허

저자 및 공동저자

"질문이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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