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한 장이 만든 파장, 경쟁사들의 상품 출시 포기 선언
최근 파이특허법률사무소의 박건홍 변리사는 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의 신규 보험 상품 구조에 대한 BM(비즈니스 모델) 특허 등록에 성공했습니다. 이 특허 등록은 보험 업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가장 주목할 점은 경쟁 보험사들이 한국보험협회의 배타적 사용권 승인이라는 공식 절차도 기다리지 않고, 단지 특허 등록 소식만 듣고도 유사 상품 출시를 자발적으로 포기했다는 사실입니다.이는 보험 업계에서 전례 없는 사건으로, 기존 업계 관행을 넘어서는 특허의 강력한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배타적 사용권 vs. 특허권, 무엇이 다른가
그동안 보험 업계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이라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통해 신상품 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해 왔습니다. 이는 최초로 특정 보험 상품을 개발한 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상품 구조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한국생명보험협회의 심의와 승인이 필요하며, 보호 기간이 제한적(최대 1년 / 보통 6개월)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특허권은 국가가 법적으로 보장하는 독점권으로, 최대 20년간 강력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침해금지청구, 손해배상청구, 형사처벌 등)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배타적 사용권보다 훨씬 강력한 보호 수단입니다. 삼성생명의 사례는 법적 강제력을 가진 특허권이 업계 자율 규제인 배타적 사용권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삼성생명 특허의 핵심과 영향력
이번에 등록된 삼성생명의 특허(KR10-2775775)는 “삼성 밸런스 종신 보험 상품(이하, 밸런스 종신 보험)”의 구조적 특징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BM 특허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인 비즈니스 방법과 시스템에 대한 권리를 보장합니다.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사망보험금만을 보장하는 사망보험상품 보다는 사망 전까지 연금 형태로 보험금을 지급받고 사망시 사망보험금을 일시급으로 지급받는 형태의 생명보험 상품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밸런스 종신 보험은 연금전환 이후 피보험자의 생존여부와 공시이율과 관계없이 피보험자의 총 수령액이 연금전환 시점의 해약환급금을 초과하도록 보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밸런스 종신 보험은 피보험자의 기납입보험료의 200%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밸런스 종신 보험은 연금전환 후 공시이율형 금리시나리오를 적용하여 기간별 보증이율을 결정하고 금리연동형 보증기법을 통해 지급률을 조절하는 연금구조를 도입하였습니다.
밸런스 종신 보험과 등록 특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1: 밸런스 종신 보험의 지급 구조 (X축: 시간, Y축: 보험료 및 보험금>
'그림 1'에서 도식화되는 바와 같이, 보험 가입 시점(310)부터 가입자는 보험료를 납입하게 되며, 납입되는 보험료의 합산액(적립액)은 311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보험료는 연금 전환 시점 이전의 특정 시점에서 납입 완료될 것이고, 보험사가 보험료를 원활하게 운용함에 따라 가입자의 적립액은 시간에 따라 상승하게 되겠죠. 연금 전환 시점(320)이 되었을 때, 연금 전환 시점(320)의 가입자의 적립액(315) 보다 높은 값을 갖는 전환 가입 금액(325)이 결정됩니다. 이러한 전환 가입 금액(325)을 제원으로 하여 가입자는 정기적으로 연금 형태의 보험금(313a, 313b, 313c, 313d …)을 지급받을 수 있으며, 사망 시에는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밸런스 종신 보험은 연금 형태의 보험금을 두 종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하나는 “최저보증 연금액”이고 다른 하나는 공시이율과 자산운용성과 등을 고려한 “가변 연금액”입니다. 매월 지급되는 연금액은 이 두 종류의 연금액들 중 큰 연금액으로 지급되며, 공시이율과 자산운용성과가 좋지 않을 때에도 최저보증 연금액이 피보험자에게 지급될 수 있습니다.
밸런스 종신 보험은 전환 가입 금액(325)을 높이기 위하여 “할인인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였습니다. 할인인자는 최저보증 연금액의 크기를 그림 1에서 345의 값으로부터 314의 값으로 낮추는 대신에, 전환 가입 금액(325)의 크기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인자입니다. 이러한 할인인자의 도입을 통해, 최종적으로 피보험자에게 지급되는 “연금액의 총합 + 사망보험금”의 크기를 상승시키면서 보험사에서도 출혈적인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가 달성되었습니다.
이제 밸런스 종신 보험의 한국 등록 특허 제277577호의 권리범위를 살펴보겠습니다.
[청구항 1]
컴퓨팅 장치에 의해 수행되는, 보험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상기 보험상품의 식별 정보를 획득하는 단계;
상기 보험상품에 대한 가입자의 식별 정보를 획득하는 단계;
상기 보험상품의 계약 체결 시점부터 연금 전환 시점까지의 기간 동안 상기 가입자에 의해 납입되는 보험료에 기초하여 상기 연금 전환 시점의 연금적립액을 결정하는 단계;
상기 보험상품의 사망보험금 또는 상기 가입자에 의해 납입된 보험료의 총합에 기초하여 상기 연금 전환 시점의 전환가입금액을 결정하는 단계; 및
연금액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제 1 지급률에 적어도 부분적으로 기초하여, 상기 연금 전환 시점부터 상기 가입자의 사망 시점까지 상기 가입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단계;
를 포함하며, 그리고 상기 제1지급률은, 상기 연금 전환 시점 이후 기간별 최저보증이율 및 사전 결정된 할인인자를 이용하여 산정되고, 그리고 상기 할인인자는, 상기 전환가입금액이 상기 연금 전환 시점의 연금적립액 보다 큰 금액이 되도록 보장하고 그리고 상기 제1지급률의 산정에 이용되는 사전 결정된 값인,
방법.
이처럼 등록 특허는 위에서 설명드린 밸런스 종신 보험에서의 할인인자의 특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할인인자가 전환가입금액(325)이 연금 전환 시점의 연금적립액(315) 보다 큰 값을 갖도록 하고 그리고 제1지급률(즉, 최저보증 연금액 관련 지급률)을 결정하는데 적용된다는 특징”을 권리화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보험상품 구조에 대한 특허는 단순히 고객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연금)을 높이겠다는 효과만으로는 기술적 차별성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험사의 수익률을 줄이면서 출혈적으로 고객에게 보험금을 많이 지급한다는 특징은 단순한 인간의 정신활동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허의 보호 대상인 “기술”로 평가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객의 노후 연금에 대한 안정성과 보험 회사의 수익성을 함께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강조되어야 특허 심사 과정에서의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됩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보험상품의 카피 행위가 당연시되는 관행이 이어져 왔습니다. 새로운 보험 상품이 출시되면 배타적 사용권에 따른 보호기간(예컨대, 6개월)이 지나자 마자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을 타사에서 빠르게 출시해 왔기 때문에, 보험 업계는 새로운 보험 상품에 대한 개발 의욕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밸런스 종신 보험의 특허는 단순히 보험 상품 구조를 모방하는 것을 넘어, 해당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를 활용하는 모든 유사 상품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경쟁사들이 특허 소식만 듣고도 유사 상품 출시를 포기한 것은 특허 침해에 따른 법적 리스크와 비용을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특허가 가진 실질적 권리 범위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금융 산업의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
이번 사례는 보험을 비롯한 금융 산업에서 지식재산권, 특히 특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임을 시사합니다. 앞으로 금융 기업들은 신상품 개발 시 배타적 사용권뿐 아니라 특허 확보를 통한 장기적인 경쟁 우위 확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이번 사례는 금융 분야에서의 BM 특허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이나 IT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던 특허 전략이 이제 금융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파이특허법률사무소의 박건홍 변리사는 "금융 서비스도 특허로 효과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라며 "앞으로 금융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에게 특허 전략은 필수적인 경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금융과 법률이 만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삼성생명의 이번 사례는 특허를 통한 혁신 보호가 어떻게 실질적인 경쟁 우위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공적인 선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파이특허법률사무소는 이번 랜드마크 케이스를 통해 금융 분야에서도 특허 전략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