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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프로필 사진, 지브리가 나를 고소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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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요즘 인터넷을 조금만 둘러봐도 보이는 뜨거운 화제 중 하나는 ‘지브리 프로필 사진’입니다. 사람들이 OpenAI의 서비스인 ChatGPT의 ‘이미지 생성 도구’ 기능을 이용해 본인 사진을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작화 스타일로 바꾸어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죠. 저도 며칠 전 카카오톡 프로필 업데이트를 훑어보는데, 친구들 사진 중 10명 중 8명은 모두 이런 화풍으로 생성된 이미지로 바뀌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보기엔 참 신기하고 귀엽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 지브리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원작자가 있는 그림체를 AI가 학습해 만들고 우리가 그것을 자유롭게 쓰는 이 현상에 저작권법상 문제는 없을까요? 이 칼럼에서는 ‘지브리 프로필 사진’, 더 나아가 AI 산출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윤리적 이슈에 대해 소개하고 분석하고자 합니다.

ChatGPT를 포함한 생성형 AI 모델(Generative Model)을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지브리 프로필 사진’과 같은 결과물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단계가 필요합니다. 

  1. 생성형 AI 모델이 실제와 유사한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학습 데이터를 이용해 모델을 학습시키는 학습(Training) 단계
  2. 학습된 모델을 활용하여 실제와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하는 추론(inference) 단계

먼저 ‘지브리 프로필 사진’을 생성하는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I 모델 학습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사람처럼 대화하는 AI 챗봇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에 의해 생성된 많은 양의 ‘대화’를 학습 데이터로 모델에 입력해야 합니다. 이 때, 학습 데이터 세트에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브리 프로필 사진’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학습된 모델의 경우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작화’가 학습 데이터 세트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겠습니다.

생성형 AI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 학습 데이터 세트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는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작화)에 대한 복제(데이터의 복사) 등의 행위가 필연적으로 수반됩니다. 이와 같이 원저작자의 동의 없는 ‘데이터 복사’는 기본적으로 원저작자의 복제권(저작권법 제16조)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① 제23조부터 제35조의4까지, 제101조의3부터 제101조의5까지의 경우 외에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개정 2016. 3. 22., 2019. 11. 26., 2023. 8. 8.>

② 저작물 이용 행위가 제1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다만, 한국을 포함하는 많은 국가의 법제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면책 조항을 마련하여 저작물의 이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 목적의 이용(제25조), 시사보도 목적의 이용(제26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적 복제(제30조) 등의 경우 원저작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이용하여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열거된 사유뿐만이 아니라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포괄적인 공정이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제35조의5). 그렇다면 원저작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AI 모델 학습에 이용하는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할까요?

 

이와 관련된 직접적인 국내 판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2025년 2월 미국에서는  ‘로스 인텔리전스’와 ‘톰슨 로이터’ 간 법적 분쟁에서, 로스 인텔리전스가 AI 법률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경쟁사인 톰슨 로이터의 콘텐츠를 복사한 행위는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링크). 이 판결은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미국 법원 최초의 판결에 해당하며, 국내의 저작권법 개정 방향 및 진행 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적인 책임 이외에 윤리적인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2024년 4월 OpenAI는 자사의 서비스인 ChatGPT에 음성 생성 기능을 도입하면서, ‘Sky’라는 음성 모델을 공개하였는데, Sky가 생성하는 목소리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와 유사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OpenAI는 해당 모델의 학습에 스칼렛 요한슨의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스칼렛 요한슨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결국 OpenAI가 Sky의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죠. 

 

따라서 생성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AI 사업자의 경우 AI 학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급적 사전에 저작권자로부터 적절한 보상 등의 방법으로 적법한 이용 권한을 확보함으로써 법적/윤리적 이슈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는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되었거나 누구나 자유롭게 복제, 수정, 배포,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저작물인 자유이용 저작물(Public Domain), 또는 공공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자유 이용 저작물과 공공저작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칼럼을 통해 상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주의할 것은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 이용과 관련된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나 AI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일 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별 사용자의 책임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AI 모델 추론(생성)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사용자가 학습된 생성 AI 모델을 활용하여 생성된 AI 산출물이 기존의 저작물과 같거나 유사하다고 판단된다면, 해당 AI 산출물이 해당 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먼저,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 ‘화풍’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음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따라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작화 ‘스타일’을 모방하여 어떤 이미지를 만들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가능성은은 없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스타일’뿐만이 아니라, 생성된 이미지 자체가 우연히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중 ‘특정 시점의 작화’와 매우 유사하다면 이 경우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요? 이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AI 산출물이 기존 저작물을 인식하고 이에 근거하여 만든 것인지(의거성), AI 산출물이 기존 저작물과 같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지(실질적 유사성)를 따져봐야 합니다.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해당당 AI 산출물은 원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지브리 프로필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 본인의 사진을 입력하고,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를 생성하라는 요청을 보내죠.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입력했던 사진과 유사한 구도를 가지도록 생성된 이미지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참고로, 어떤 경우에 의거성을 인정할지와 관련하여 판례에 의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일본 문화청에 발간한 <AI와 저작권에 관한 고찰>(링크) 에서는 의거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 사용자가 특정 작품명(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명시하거나 원 저작물의 이미지(애니메이션의 특정 시점을 캡쳐한 이미지)를 AI에 입력하여 결과물을 얻은 경우, 의거성 인정
  • 사용자가 인식하지 않았지만 AI가 해당 저작물을 학습한 경우, 의거성 추정
  • AI가 학습하지 않고 사용자가 인식하지 않은 경우, 의거성 부정.

‘지브리 프로필 사진’이외에 다른 예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특정인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모델을 사용해 보컬 데이터를 생성하고, 반주 데이터와 결합한 ‘AI 커버곡’이 인기를 끌고 있죠. 반주 데이터의 경우 커버곡에 사용된 반주가 원본의 반주와 동일하다면 AI 커버곡을 SNS등에 게시하는 행위는 ‘해당 음악 또는 음반’에 대한 복제 또는 전송행위로 볼 수 있고,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커버곡에 사용된 반주가 원본의 반주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더라도, 저작권자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수 있겠습니다. 보컬 데이터의 경우 AI 모델이 생성한 보컬 데이터 자체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고, 목소리의 주인이 동일한 커버곡을 제작하여 발표하지 않은 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저작권을 벗어나 목소리는 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목소리의 주인의 ‘인격권’과 관련해서 별개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최근 중국에서는 성우인 원고가 자신의 음성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오디오북을 제작한 피고 미디어 회사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하여 인격권 침해에 의한 손해배상을 주장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2024년 4월 24일 중국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하여 원고의 음성과 오디오북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피고의 인격권 침해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25만 위안)을 인정하였습니다. 해당 판례는 AI로 생성된 음성에 대하여 인격권 침해를 최초로 인정한 선도적인 판례입니다. AI를 활용한 음성 생성 기술이 넓게 확산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향후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각국의 법원에서 참고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도적으로 구체적인 대상(이미지)과 유사한 데이터를 생성하지 않는 이상, 생성 AI 모델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생성한 개별 사용자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저작권 이외에 인격권 침해로 인한 법적 책임, 더 나아가 윤리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남아있으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결론

 

이번 칼럼에서는 AI 산출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법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AI 산출물과 관련하여 각국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입법과 관련된 활동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상황입니다. 한국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AI 학습 데이터와 관련된 조항을 추가하여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한편 퍼블리시티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링크). 

 

따라서 이 주제와 관련된 최종적인 결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며, 최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선도적인 판례 및 국내의 법 개정 방향을 계속 추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프트웨어저작권특허 교육분석트렌드

저자 및 공동저자

"질문이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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