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 소프트웨어

AI 산출물과 저작권 - 내가 만든 AI 그림, 남이 무단으로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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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AI 산출물에 저작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각국에서 이루어지는 논의 및 판례를 소개하고, AI 산출물이 저작권법 이외의 다른 법을 통해 보호될 수 있는지 분석하는 칼럼

최근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멋진 이미지들이 눈에 띄곤 합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발달 및 보급을 계기로, AI를 사용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를 웹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드저니와 같은 AI를 사용하여 생성한 데이터 즉 ‘AI 산출물’들을 법과 윤리를 통해 보호하거나 규율하는 것과 관련된 논의는 크게 진전이 없어 보입니다. 본 칼럼에서는 가상의 사례를 재구성하여, AI 산출물의 권리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내가 만든 AI 그림을 타인이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까?

 

사례: A는 그림을 그리는 데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모델을 사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취미입니다. 어느 날 A는 인터넷에 자신이 생성한 이미지가 B에 의해 출처가 잘려나간 채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유포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A는 단단히 화가 났고,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권리를 지키고 B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자 합니다. A가 B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다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우선,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유효한 저작권’이 존재해야 합니다. 즉 A가 B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A가 생성한 이미지가 ‘저작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 2조 1호, 2호)  따라서, 현행법의 해석상 인간이 아닌 AI가 만들어낸 결과물 자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저작자의 요건이 ‘저작물을 창작한 자’이므로 자연인이 아닌 AI에 대하여 저작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될 수도 없습니다.

 

또한, AI 산출물 자체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AI 산출물을 생성해낸 사용자도 저작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AI 산출물에 수정, 증감, 편집 또는 배열 등의 작업을 통해 인간이 창작성이 부가된 경우에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물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인간의 창작성이 부가된 부분에 대해서만 저작물로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에서는 2022년 7월 한국 음악 저작권 협회에서 AI 산출물을 저작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AI 프로그램이 작곡한 6곡의 노래에 대한 저작권료 지급 중단 결정을 한 사례가 존재합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생성형 AI 프로그램 개발자가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 등록을 시도하였으나 미국 저작권청이 이를 거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개발자는 저작권청의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23년 8월에 미국 법원은 AI 산출물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위와 같이 현재까지 대한민국과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사례를 보면, AI를 창작의 ‘주체’로 보되, 주체가 인간이 아니므로 AI 산출물은 저작물이 아니며, AI의 사용자에게 저작권자의 지위 또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요약하면 AI 산출물에는 저작권이 없으므로 저작권 침해 또한 발생하지 않고, 위 사례에서 B가 A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AI를 창작의 ‘주체’로 판단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견해인 것은 아닙니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AI는 자신이 시간을 들여 작성한 프롬프트를 입력받아 이미지 형태의 결과물을 생성하는 ‘도구’라고 인식하며, 자신이 AI 산출물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례에서 소개한 A 또한 ‘자신’의 그림을 B라는 타인이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AI 산출물은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아래에서는 최근 중국에서 공개된 판례 몇 가지를 소개하고, AI 산출물이 저작권이 있다면 어떤 근거로 가능한지에 대한 논거를 분석하도록 하겠습니다.

 

  1. 페이린 사건(京0491民初239号)

원고 ‘페이린 로펌’이 법률 데이터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보고서(“AI 저작물”)를 작성하여 이를 공식계정에 업로드 하였고, 피고는 원고의 허가 없이 해당 보고서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하면서 원고의 서명과 서론 등을 삭제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인 보고서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중국 법원은 ①보고서에 포함된 “도형”에 대해서는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더라도 사용자가 일반적인 도형 유형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전시하면 그 표현 형식도 동일한 바, 보고서 내의 도형은 도형 작품에서 요구하는 독창성(창작성)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원고에게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은 반면, ②보고서 내용에 해당하는 어문 저작물에 대해서는 표현 형식과 내용의 독창성을 근거로, 창작과정에서 창작자의 창작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원고에게 저작권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2. 스테이블 디퓨전 사건(京0491民初11279号)

 

원고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사용하여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생성하여 중국 플랫폼 “샤오홍수”에 게재하였고, 피고는 원고의 허가 없이 원고의 워터마크를 삭제한 뒤 피고의 SNS에 게시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국 법원은 원고가 스테이블 디퓨전을 사용하여 생성한 그림의 저작권을 인정하였으며, 그 논거로 ①’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본 모델을 선택한 것, 입력한 제시어, 매개변수의 설정 등 모든 행위가 원고의 경험과 지력(지적노력)이 투입된 지력활동(창작활동)에 해당’하고, ②’이같은 창작활동으로 그림에 원고의 개성이 표현되었는 바 독창성도 있음’을 제시하였습니다. 스테이블 디퓨전을 사용하여 생성한 그림의 저작권 존부에 대하여, 중국 법원은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위탁하여 미술 작품을 완성하는 것과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것을 비교하면, 수탁자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어 그림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수탁자의 선택과 판단이 개입되나(즉 수탁자는 도구가 아니라 창작의 주체에 해당한다),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하여 미술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도구를 이용하여 창작활동을 하는 것과 같다.”[(2023)京0491民初11279号 판결이유 중]

 

  3. 드림라이터 사건(粤0305民初14010号)

 

원고가 지능형 글쓰기 지원 프로그램인 ‘드림라이터’를 활용하여 기사를 작성 및 공표하였고, 피고가 원고의 허가 없이 해당 기사를 게시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국 법원은 스테이블 디퓨전 사건과 비슷한 논거를 통해 원고의 기사에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결의 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AI를 활용한 글의 창작과정과 일반 어문작품의 창작과정의 차이는 이 사건 글의 생성을 위해 내린 선택과 글의 실제 작성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존재한다는 점인데, 이는 원고가 사용하는 도구(인공지능) 자체가 구비한 특성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 뿐이다.”[(2019)粤0305民初14010号 판결이유 중]

 

현대의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의 경우, 다수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창작을 위해 그래픽 태블릿(액정 태블릿, 펜 테블릿 등)을 사용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펜을 들고 디스플레이(태블릿 영역) 위에 선을 그리면, 디스플레이에 설치된 센서가 펜의 위치와 압력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태블릿의 프로세서가 전기 신호에 대응되는 데이터를 만들고, 디스플레이의 픽셀의 색을 바꾸어 그 데이터를 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지연 시간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래픽 태블릿을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서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위 판결에서 중국 법원은 AI 또한 인류가 지금까지 사용해 온 도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단지 입력과 출력 사이에 시간적인 간격이 다른 도구보다 더 긴 차이가 있는 정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위에서 소개드린 세 사건 모두 중국 법원은 중국 저작권법과 중국 저작권법 실시조례에 따른 “작품”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독창성’을 가질뿐만 아니라 ‘자연인’이 창작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되, 검증과정을 통해 AI 산출물에 창작자의 개성화된 선택, 판단, 경험 등 지력활동(창작활동)이 개입되어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여, 원칙적으로 다른 국가의 저작권법과 유사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법원은 AI를 종래에 인간이 사용하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하나의 “도구”의 관점으로 보고, AI 산출물을 일정 조건 하에서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종합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는 AI 모델을 산출물을 생성하는 주체의 입장으로 보고 저작물로서의 성격을 부정한 반면, 중국에서는 AI 모델을 인간의 창작성을 구현하는 도구의 관점에서 보아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저작물성 여부에 대한 판례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사례가 없으나, AI를 창작의 주체로 볼 것인지 도구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는 양쪽 입장이 모두 나름의 논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논의가 많이 필요하고, 논의의 결과에 따라 A가 겪은 일에 대한 결론 또한 바뀔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AI 산출물이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면, AI 산출물을 만드는 데 사용하였던 프롬프트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현재 AI 산출물을 생성하기 위한 프롬프트는 주로 문자와 기호의 조합으로 표현되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AI 모델에 입력되어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한 지시문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프롬프트가 우리 저작권법 상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저작권 관련 규정들은 “short phrase” 즉 타인이 쉽게 떠올릴 수 있거나 관용적인 짧은 어구에 대하여는 저작권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저작권 관련 판례에서도 저작물의 내용을 압축하여 표시하거나 선전효과 등을 목적으로 짧은 문장으로 표시한 결과물 즉 ‘제호’에 대하여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대법원 1977. 7. 12. 선고 77다90 판결 등). 이러한 저작권 관련 법령 및 판례의 추세를 볼 때, ‘short phrase’ 내지는 ‘제호’로 인식될 정도로 길이가 짧은 프롬프트에 대하여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최근 서비스되고 있는 인공지능 모델들은 입력할 수 있는 프롬프트의 길이 제한이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OpenAI에서 개발한 GPT-4 모델의 경우 최대 8192개의 토큰을 입력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A4 용지 기준으로 약 12~15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해당하는 상당히 긴 길이입니다. 이를 고려할 때, ‘short phrase’나 ‘제호’의 수준을 넘어 충분한 길이를 갖춘 한편 창작성이 인정되는 프롬프트의 경우에는 저작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프롬프트의 저작권과 관련하여 공식적인 견해를 밝힌 곳은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내용을 볼 때, A가 AI를 사용하여 생성한 그림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한다면 대한민국이나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고, 그림을 생성하기 위해 작성한 프롬프트의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그렇다면, A가 생성한 그림이 다른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것은 가능할까요?

 

저작권법 이외의 다른 법률에 의한 보호를 주장할 수 있을까?

  1. 데이터 기본법에 의한 보호 여부

2022.4. 20. 시행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하 ‘데이터 기본법’)은 ‘데이터생산자가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생성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데이터(‘데이터자산’)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취득·사용·공개하거나 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자산에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회피·제거 또는 변경하는 행위 등 데이터자산을 부정하게 사용하여 데이터생산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데이터기본법 제12조 제2항).

 

그러나 동시에 데이터기본법에서는 구체적인 ‘데이터자산’의 부정사용 등 행위에 관한 사항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12조 제3항).

 

데이터 기본법의 위임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상 ‘데이터 부정사용행위’는 해당 부정경쟁행위에 의해 보호되는 데이터의 범위를 데이터 기본법의 경우보다 좁히고 있습니다. 즉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은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되는 데이터를 “데이터 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데이터 중 업(業)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ㆍ관리되고 있으며,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아니한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규율하는 행위도 접근권한 없는 자의 부정취득 등의 행위, 접근권한 있는 자의 부정한 목적 사용 등의 행위, 데이터 보호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로 데이터 기본법의 ‘누구든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취득·사용·공개’하는 행위보다 그 범위가 축소되어 있습니다.

 

해당 조항을 고려하면,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개별 AI 산출물의 경우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이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낮으며,  ‘상당량 축적ㆍ관리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가능성 또한 낮습니다. 결과적으로 AI 산출물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에 의해 보호되는 데이터가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데이터 기본법이 부정경쟁방지법에 보호 대상 데이터의 구체적인 범위를 위임하였으므로, AI 산출물의 부정한 사용은 데이터 기본법의 적용 또한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 여부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제2조 제1호 (파)목에서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일반적인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AI 산출물에 대하여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현재 학계에서는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의 일반 부정경쟁행위는 다른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보충적 일반행위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판례의 입장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가) 내지 (자)목에서 정하고 있는 행위유형에는 해당하나 위 각 목에서 정하고 있는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행위에 대하여는 (차)목에 의한 부정경쟁행위(현행 (파)목의 일반 부정경쟁행위)로 함부로 의율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여, 일반 부정경쟁행위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AI 산출물의 타인에 의한 무단 사용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에서 구체적으로 나열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AI 산출물의 타인에 의한 무단 사용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의  (파) 목이 적용됨을 주장할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A는 생성한 그림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부정경쟁행위 금지조항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낮으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에 근거한 보호를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3. 민법상 일반불법행위(민법 제750조) 적용 여부

 

개별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 보충적으로 민법상 일반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민법상 일반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②위법성 ③가해자의 책임능력 ④손해 발생이라는 요건이 만족되어야 합니다. 타인이 AI 산출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 ②위법성 과 ④손해 발생 요건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④손해 발생 요건과 관련하여, AI 산출물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거나 AI 산출물이 이용자의 인격권과 관계가 있는 경우, 타인의 AI 산출물 무단 사용이 AI 산출물을 제작한 사람의 입장에서 ‘손해’라고 주장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②위법성 요건과 관련하여, 일반불법행위의 경우 현행법상 명시적으로 보호되는 법익뿐만 아니라 전체 법질서를 고려하여 위법성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한국 법원은 ‘불법행위 성립요건으로서의 위법성은 관련 행위 전체를 일체로만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 이라는 입장으로 위법성에 대한 정형화된 판단 기준은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AI 산출물의 경우, 유료로 판매되는 경우라면 타인의 무단 사용이 제작자의 일반적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임을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당장 AI 산출물이 유료로 판매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향후 AI 산출물 제작과 관련하여 제작자가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재산권(AI 산출물에 제작자의 크레딧을 남기는 행위 등으로 발생하는 명성)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임을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타인이 AI 산출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민법 제750조 소정의 일반불법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며, 이 경우 AI 산출물의 제작자는 일반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4. 결론

 

위에서 각 법령의 적용 여부를 살펴본 바, A의 케이스에서 B가 AI 산출물인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데이터 기본법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에 규정된 구체화된 금지규정에 의한 보호를 주장하기는 힘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B가 AI 산출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일반 부정경쟁행위 또는 민법 제750조 소정의 일반불법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고, AI 산출물의 제작자인 A는 B에게 부정경쟁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까지, A의 입장에서 자신이 생성한 AI 산출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B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A와 같이 AI를 활용하여 AI 산출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창작자들의 법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일은 없을까요? 

 

다음 칼럼에서는 AI 산출물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요소들을 열거하고 분석한 내용을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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